I Feel Gucci 구찌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I Feel Gucci, 오늘 기분은 구찌

본 내용은 '구찌현상'으로 대변하는 소비일상의 하이엔드화를 다룬 글입니다. 

구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90년대 창업주의 총격 사건으로 구찌는 브랜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끄는 LVMH의 공개매수 먹이감으로 전락하면서 바람앞의 등불이었죠. 
당시 투입된 구원투수는 영국디자이너 톰포드. 그는 격조 있던 구찌에 엉뚱하게도 뉴욕 뒷골목 나이트 클럽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워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Gucci에 오기 전 뉴욕의 '스튜디오 54'라는 나이트 클럽에서 일을 했던 톰 포드는 1994년 디렉터의 위치에 오르자 그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소비를 주도하던 X세대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는 심리를 정확히 파악했던 것이죠. 
'에로티시즘이 팔린다. 소비자들은 그것을 원한다' 며 섹시코드를 심볼로 내세웠습니다. 
당시 코걸이를 하고 문신을 한 구찌의 포스터가 한국에서도 화제였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를 본 구찌의 점잖은 고객들이 혀를 끌끌 찰 정도였죠. 
쇠락하던 구찌는 부활의 음악을 진두지휘하는 DJ 톰포드에 의해  X세대가 열광하던 뉴욕 뒷골목 패션을 어깨에 걸치고 화려하게 날아올랐습니다. 
당시 구찌의 재기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본 적이 있는데 이전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숫자 단위를 아예 달리쓸 정도였습니다. 
도전하는 자 무죄라는 말을 보여주는 걸까요. 
세월이 흘러 톰포드는 물러났고  2016년 구찌는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며 다시 위기에 빠졌습니다.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했는데 이전의 성공방정식을 재연함으로써 다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밀레니얼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올인해  또한번의 큰 성공을 거둔 셈이죠. 

톰포드의 구찌

위기속에 투입된 경영자 CEO 마르코 비자리 Bizzarri는 유산과 전통을 지나치게 강조한 전략이 빠른 속도로 구찌를 침몰 시키고 있음을 알고 새 선장으로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수줍어 하는 내성적인 스타일이지만 빈티지와 트렌드가 동시에 들어있는 그의 디자인은 칼에 밸 것처럼 날카롭고 아주 공격적입니다. 
그는 구찌의, 젊은 직원들 - 정확하게는 밀레니얼들에게 - 그들이 입고 싶은 옷이 무엇인지 조사하여 ‘스트리트’ 감성을 과감하게 도입했으며 타 브랜드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반스, 나이키, 디즈니, 발렌시아가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 있는 브랜드들, 심지어 뉴욕 양키스와 거리에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와도 협업을 합니다. 
할렘 출신 디자이너 대퍼 댄 Dapper Dan, 27살의 젊은 아티스트 코코카피탄 Coco capıtan 등과 새로운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구찌는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명품 브랜드 중의 하나였지만 급격한 시대변화를 확실하게 감지하고 있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는 파격적 전략으로 구찌를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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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방식에 있어서 구찌는 아예 밀레니얼들이 회사를 주도할 수 있도록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합니다.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은 젊은 실무선의 이야기를 경영진이 듣는 것으로 GE에서 효과를 본 제도였는데, 구찌는 브랜드의 혁신을 위해 35세 이하의 직원과 ‘리버스 멘토링’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입니다.  
임원회의가 끝나면 30세 이하로 이루어진 ‘그림자위원회’에서 직원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구찌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고, 회사를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죠. 
이 회의를 통해 밀레니얼을 위한 여행 앱 구찌 플레이스가 나왔고, 모피사용을 전면 중단 조치도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구찌는 개성이 강한 밀레니얼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격적 커스터마이징을 펼칩니다. 
구찌의 커스터마이징을 공격적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옷을 맞춰주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남성 의류에 플로럴 장식을 하거나 리본을 달고, 여성의류에 어깨를 강조하는 등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 성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라는 젠더의 획일적 개념을 파괴해 자유로움을 주는 것으로 커스터마이징의 범위가 다릅니다. 
또한 가방에 디자인의 자수를 넣을 수 있는 DIY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은 동식물 모양의 자수를 넣기도 하며 트리밍을 원하는 색으로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소비층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 것으로, 비자리는 고객을 구찌의 공동 디자이너로 만드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찌의 고객들은 자신들만의 유일한 가방을 가지는 것에 큰 만족을 표했다고 하죠. 


온라인 마케팅 전략도 차별화가 확실합니다. 

그간 헐리우드 스타들을 주로 써온 명품들과 다르게 각 분야의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상품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롱보드의 여신’으로 유명한 고효주와 콜라보 콘텐츠를 제작했고,17세 래퍼 릴 펌프(Lil Pump)가 부른 ‘구찌 갱’도 이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공간에서 자신들의 브랜드가 손상되고  희소성을 잃을까 망설일 때 미켈레의 구찌는 오히려 호랑이 굴안으로 성큼 들어가 온라인 채널에 불을 놓아 활활 타오르게 해버렸습니다. 
명품브랜드로는 최초로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구찌가든’을 출시해  브랜드 손상을 막으면서 젊은 신규 고객을 유입시킨 것도 인상적이었죠. 

‘구찌플레이스’라는 어플도 주목할 만한데 구찌의 역사와 관련된 장소에 가면 알람이 울리고, 그 장소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을 살 수도 있으며 여러 곳에 흩어져있는 구찌플레이스의 뱃지를 모으는 재미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브랜드의 충성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구애한 구찌는 이제 더이상 올드한 브랜드가 아니라 ’So Good’대신 ‘So Gucci’라고 얘기할 만큼 쿨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릴펌프의 구찌갱(Gucci gang), 빌보드 3위까지 올랐다.

결과적으로 밀레니얼을 겨냥하여 파격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실시한 구찌는, 2018년 세계 50대 혁신 기업에 선정되었고 2018년 매출 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 밀레니얼세대에서 창출되며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전통브랜드로서 매력도가 떨어져 추락하더라도 확실한 신세대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증거를 구찌가 여실히 보여준 셈입니다. 

밀레니얼에게  구찌는 저 멀리 있는 비싸거나 오래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과 함께 마음 통하는 세련되고 멋진 브랜드입니다. 
아침 인사에 등장할 정도로 말이죠. 

현재 구찌 매출의 55%는 35세 이하에서 나옵니다.  
2018년 매출이 전년대비 48%가 폭증했는데 명품 역사상 이런 실적 '폭발'은 초유의 일입니다.  
소수가 즐기는 명품의 특성상 이런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구찌라는 프리즘은 두가지 색깔의 해석이 가능할텐데요, 이들의 전략이 아주 탁월했거나, 아니면 그동안 고객이 아니었던 층들을 대거 고객으로 흡수했을 것입니다. 

구찌현상은 이 두가지가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구찌는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밀레니얼에게  올인했습니다.  
즉 '오늘은 구찌'현상은 

1. 기존 고객층과 역사와 원칙이라는 기득권을 파괴한 구찌라는 '브랜드'가
2. 하이엔드 수준의 높은 철학과 제품력을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3. 밀레니얼과  z세대라는 새로운 소비권력 만날때 

얼마나 큰 폭발력을 가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구찌라는 하나의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업에 적용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IBM부사장 어빙 라다시크 버거의 말을 떠올릴 때입니다.
 "e-비즈니스 시대에는 변화가 시작될때, 지켜보면 사라지고, 수용하면 살아남는다. 이 법칙에 예외는 없다"